Movie&Book
파수꾼
헉
2011. 12. 2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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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스포일러, 네타와 같은 성향이 강한 글이니 영화를 보신 후에 리뷰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진정한 친구가 몇이나 됩니까?"
이 질문에 많게는 10명 적게는 한명, 혹은 단 한명도 없다고 대답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며 진정한 친구 하나 없이 살았다면 혹은 그렇게 살고 있다면 이는 분명 반성해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필자 스스로도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란 상당히 난감하다. 난 그 친구를 진정한 친구라 생각하건만 그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면 이는 얼마나 수치스럽고 분개할 상황이란 말인가. 한 때 나 역시 진정한 친구가 적어도 4~5명은 된다 여겼지만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지금은 어쩜 한명정도는... 아니 어쩌면 한명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섭게 엄습해온다.
이 영화는 우정이라는 메인메뉴를 가지고 그 옆에 사랑과 가족이라는 사이드메뉴를 선택하고 있다. 단편영화의 밋밋함은 최대한 걸러낸체 생동감있는 카메라워크로 인물이 아주 가깝게 느껴지게끔 화면에 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주제를 담고 있어서 일 것이고 가깝게 느껴지게끔 하기 위함이라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명의 친구는 막역하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삼총사처럼 보인다. 마치 나쁜 짓도 친구가 한다면 말리기보다는 같이 해줄만한 그런 친구 같아 보인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그녀들 처럼 말이다. 하지만, 런닝타임에 한계가 있다보니 다양한 프롤로그를 담고 있진 않다. 하교후 어떤 한 친구를 실컷 두들겨 패는 장면, 버려진 기차역에서 야구를 하는 장면, 3:3 미팅을 하는 장면이 전부다. 이 장면에 비교적 많은 걸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만 나머지 부분은 우리가 알아서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쉽게말해 이 글을 읽는 자신이 중,고등학생때 영화에 나오는 그들처럼 뭔가 진한 우정을 해보았다면 프롤로그가 부족한 이 영화의 단면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지만, "난 학생 땐 공부만 했어"라고 말하는 이들이나 특히 여성 여러분(여성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라 영화의 삼총사는 남자이며, 남학생이었다면 좀 더 이해가 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데 기인함)이라면 조금 부족한듯 한 이 부분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약간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사견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몰입도가 엉망이란 얘기는 아니다. 다만 부족한 프롤로그를 말하고 싶어서다.
영화 <친구>처럼 성장이 빨라 나중엔 성인이 된 장면에 끝나는 영화가 아닌 약 1년 남짓의 기간만을 담고 있기에 자칫 루즈하게 진행될 수 있는 사이사이마다 순방향 타임라인이 아닌 크로스오버가 되는 타임라인을 시도했다. 무슨 얘기냐면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진행되는 동안 그 사이에 배열된 3은 2뒤에 오지 않고 7뒤에 온다던지. 8은 또 4앞에 온다던지의 순서를 가진 영화다. 즉, 현재 진행형으로 가고 있는 스토리 라인에 갑자기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과거에서 또 갑자기 현재의 모습이 진행되는 식의 구조를 가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가 단순히 역행적 구조로 우릴 놀라게 하였다면 이 영화의 구조는 가히 센세이션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독창적 구조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정이라는 소재를 갖고 있는 다른 영화와 분명한 차별성을 띄고 있다. <친구>, <바람>과 같은 액션 느와르성 영화가 아닌 사회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대한 변호를 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띄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약자가 그 약자가 아닌 절대우위에 있는자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특이한 구조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사회적 약자가 아닌 자칫 사회적 강자로 볼 수 있을만한 인물을 약자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흔히 강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을 약자로 만들어버린걸까? 그리고 왜 그 강자는 강자가 아닌 약자로 이 영화에서 다시 태어나야 했을까?가 의문일 것이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년전 노래인 <공주는 외로워>라는 가요를 아는가? 그렇다. 이 영화가 말하는 함축적 의미는 이러한 것이다. 너무나도 강하니 그 강함의 주위에 있는 것들은 단지 강함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온 것이고 실제로 강함이 아닌 그 사람 자체가 좋아서 그 사람 주위에 있는 것은 아닌게 되어버리는 것. 군중속의 고독이 해답일 것이고 절대자의 고독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인 것이다.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도 이 영화와 크게 다를것이 없는데, 일명 '짱'이라고 부르는(우리때는 그를 '통'이라 불렀었다) 그는 항상 주위의 친구가 많은 듯 했다. 시간이 지나 그가 대학생이 되고 우연찮게 연락이 닿아 동네 닭집에서 소주 한잔을 하며 회포를 풀 기회가 있었다. 그때의 모습엔 이미 고등학생 시설 우두머리인 그가 아닌 다른 '그'가 앉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결국은 그때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당사자는 나보다 더 큰 상실감 같은걸 느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비슷한 얘기로 중학생 때 '짱'으로 불리던 녀석은 내가 대학생이 되어 남포동 거리를 걷다가 우연치 않게 마주쳤는데 그는 건달이 되어 있었다. 그가 잘나가는 건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어쩌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그의 모습을 버릴 수 없어서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악착같이 지키기 위해 그때쯤 건달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 만큼의 포스는 아니지만 여튼 절대우의에 선 영화속 그는 진정한 친구가 없음을 깨닫게 되며 자살이라기 보다 '정신적 살인' 혹은 '사회적 살인'을 통한 타살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겨진 친구 둘은 자신 때문이라는 오명을 쓰게되고 그들 역시 굉장한 심리적 압박감에 사로잡혀 버리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지식도, 정보도 짧은 필자가 추천을 받아 본 영화인데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되었고 무엇보다도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 글이 시작되는 처음의 질문에 당당하게 "몇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가 되리라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여담으로 기태역을 맡는 연기자는 마치 '박해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연기자중에 박해일을 좋아하니 이 연기자의 차기작도 관심있게 지켜볼 전망이다. 또한, 이 영화의 리뷰를 쓰며 수많은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 덴마크 영화인 'In A Better World'가 어떤점에선 가장 유사한 성격을 띈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당신은 진정한 친구가 몇이나 됩니까?"
이 질문에 많게는 10명 적게는 한명, 혹은 단 한명도 없다고 대답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며 진정한 친구 하나 없이 살았다면 혹은 그렇게 살고 있다면 이는 분명 반성해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필자 스스로도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란 상당히 난감하다. 난 그 친구를 진정한 친구라 생각하건만 그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면 이는 얼마나 수치스럽고 분개할 상황이란 말인가. 한 때 나 역시 진정한 친구가 적어도 4~5명은 된다 여겼지만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지금은 어쩜 한명정도는... 아니 어쩌면 한명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섭게 엄습해온다.
이 영화는 우정이라는 메인메뉴를 가지고 그 옆에 사랑과 가족이라는 사이드메뉴를 선택하고 있다. 단편영화의 밋밋함은 최대한 걸러낸체 생동감있는 카메라워크로 인물이 아주 가깝게 느껴지게끔 화면에 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주제를 담고 있어서 일 것이고 가깝게 느껴지게끔 하기 위함이라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명의 친구는 막역하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삼총사처럼 보인다. 마치 나쁜 짓도 친구가 한다면 말리기보다는 같이 해줄만한 그런 친구 같아 보인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그녀들 처럼 말이다. 하지만, 런닝타임에 한계가 있다보니 다양한 프롤로그를 담고 있진 않다. 하교후 어떤 한 친구를 실컷 두들겨 패는 장면, 버려진 기차역에서 야구를 하는 장면, 3:3 미팅을 하는 장면이 전부다. 이 장면에 비교적 많은 걸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만 나머지 부분은 우리가 알아서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쉽게말해 이 글을 읽는 자신이 중,고등학생때 영화에 나오는 그들처럼 뭔가 진한 우정을 해보았다면 프롤로그가 부족한 이 영화의 단면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지만, "난 학생 땐 공부만 했어"라고 말하는 이들이나 특히 여성 여러분(여성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라 영화의 삼총사는 남자이며, 남학생이었다면 좀 더 이해가 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데 기인함)이라면 조금 부족한듯 한 이 부분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약간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사견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몰입도가 엉망이란 얘기는 아니다. 다만 부족한 프롤로그를 말하고 싶어서다.
영화 <친구>처럼 성장이 빨라 나중엔 성인이 된 장면에 끝나는 영화가 아닌 약 1년 남짓의 기간만을 담고 있기에 자칫 루즈하게 진행될 수 있는 사이사이마다 순방향 타임라인이 아닌 크로스오버가 되는 타임라인을 시도했다. 무슨 얘기냐면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진행되는 동안 그 사이에 배열된 3은 2뒤에 오지 않고 7뒤에 온다던지. 8은 또 4앞에 온다던지의 순서를 가진 영화다. 즉, 현재 진행형으로 가고 있는 스토리 라인에 갑자기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과거에서 또 갑자기 현재의 모습이 진행되는 식의 구조를 가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가 단순히 역행적 구조로 우릴 놀라게 하였다면 이 영화의 구조는 가히 센세이션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독창적 구조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정이라는 소재를 갖고 있는 다른 영화와 분명한 차별성을 띄고 있다. <친구>, <바람>과 같은 액션 느와르성 영화가 아닌 사회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대한 변호를 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띄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약자가 그 약자가 아닌 절대우위에 있는자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특이한 구조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사회적 약자가 아닌 자칫 사회적 강자로 볼 수 있을만한 인물을 약자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흔히 강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을 약자로 만들어버린걸까? 그리고 왜 그 강자는 강자가 아닌 약자로 이 영화에서 다시 태어나야 했을까?가 의문일 것이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년전 노래인 <공주는 외로워>라는 가요를 아는가? 그렇다. 이 영화가 말하는 함축적 의미는 이러한 것이다. 너무나도 강하니 그 강함의 주위에 있는 것들은 단지 강함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온 것이고 실제로 강함이 아닌 그 사람 자체가 좋아서 그 사람 주위에 있는 것은 아닌게 되어버리는 것. 군중속의 고독이 해답일 것이고 절대자의 고독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인 것이다.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도 이 영화와 크게 다를것이 없는데, 일명 '짱'이라고 부르는(우리때는 그를 '통'이라 불렀었다) 그는 항상 주위의 친구가 많은 듯 했다. 시간이 지나 그가 대학생이 되고 우연찮게 연락이 닿아 동네 닭집에서 소주 한잔을 하며 회포를 풀 기회가 있었다. 그때의 모습엔 이미 고등학생 시설 우두머리인 그가 아닌 다른 '그'가 앉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결국은 그때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당사자는 나보다 더 큰 상실감 같은걸 느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비슷한 얘기로 중학생 때 '짱'으로 불리던 녀석은 내가 대학생이 되어 남포동 거리를 걷다가 우연치 않게 마주쳤는데 그는 건달이 되어 있었다. 그가 잘나가는 건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어쩌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그의 모습을 버릴 수 없어서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악착같이 지키기 위해 그때쯤 건달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 만큼의 포스는 아니지만 여튼 절대우의에 선 영화속 그는 진정한 친구가 없음을 깨닫게 되며 자살이라기 보다 '정신적 살인' 혹은 '사회적 살인'을 통한 타살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겨진 친구 둘은 자신 때문이라는 오명을 쓰게되고 그들 역시 굉장한 심리적 압박감에 사로잡혀 버리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지식도, 정보도 짧은 필자가 추천을 받아 본 영화인데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되었고 무엇보다도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 글이 시작되는 처음의 질문에 당당하게 "몇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가 되리라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여담으로 기태역을 맡는 연기자는 마치 '박해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연기자중에 박해일을 좋아하니 이 연기자의 차기작도 관심있게 지켜볼 전망이다. 또한, 이 영화의 리뷰를 쓰며 수많은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 덴마크 영화인 'In A Better World'가 어떤점에선 가장 유사한 성격을 띈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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