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왜 나빠요? #3

한국통신(현 KT)의 PC통신의 이름은 KETEL(케텔)이었다. 이름이 코털과 유사해서 자신이 사용하는 PC통신을 조롱하는 의미로 개털이라 불렀다가 이름을 KORTEL이라고 부르면서 다시 코털이라고 불렸다. (PC통신 시장이 끝날 무렵엔 HITEL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3대 PC통신이 있었는데 앞서 언급한 케텔 그리고 유니텔, 천리안이 있었다. 유니텔과 천리안도 이름을 몇 번 바꿔 종시엔 어떤 이름을 썼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당시엔 다 기억하고 있었지만 ㅠ) 

 

그렇게 케텔에 아이디를 만들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본격적이라고 해봤자 시간 날 때마다 한국통신 1층 로비에서 하는게 전부였지만. 게시판에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채팅도 하면서 온라인이라는 세상을 접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PC통신 유저가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각기 다른 관심사를 충족시킬 다양한 게시판이 있었고 그곳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필자의 최고 관심사인 '게임'과 관련해서도 게시판과 동호회가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 발을 디디게 되었고 같은 게임을 즐겼던 유저의 감상평이나 게임 진행상 어려운 부분에 대한 Q/A도 자유로우며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가끔 아주 높은 수준의 게임 감상평이나 게임 분석글을 보고 있노라면 '저 사람은 뭔데 저렇게 글을 잘 쓰지?', '저렇게 수준 높은 글은 어떻게 쓰는 거지?' 등의 생각이 들어 부러우면서도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나도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누구보다도 많고 빠른 게임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필자의 동네 근처엔 중고 서적을 모아 놓고 파는 곳이 있다. 당시 그곳엔 우리나라의 서적 뿐 아니라 해외 서적도 제법 많이 거래되었는데 미국의 유명한 게임 잡지인 'PC GAMER'가 그곳에 있었다. 중고지만 중학생의 신분으로는 비싼 가격을 주고 사서 어쭙잖은 영어 실력으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자발적인 영어 공부를 하게 된 셈이다.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보고 해석하고 완벽한 독해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임이라는 바탕지식이 있으니 대충 해석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면서 동시에 많은 지식이 쌓이니 나도 게임 감상평이라는 것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동경하던 그들처럼 멋진 글을 게시판에 딱! 남기고 싶었다. 

 

학교에서 수업은 뒷전이고 연습장에 오늘 올릴 게임 감상평을 먼저 써본 뒤 문장이 어색한건 없는지, 내가 원하는 대로 수준 높은 감상평이 됐는지를 스스로 검토하면서 '이 정도면 뭐~'라는 생각에 학교를 마치고 다시 한국통신 로비로 가서 연습장에 있는 글을 열심히 옮겨 썼다. 그렇게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글을 올리면서 댓글의 반응이나 같은 게임을 한 다른 유저의 글을 감상하면서 나의 글과 비교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준 높은 글을 쓰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유치한 내용의 글이었지만 다행히 공감해 주는 분도 계셨고 잘 봤다는 짧은 댓글도 큰 응원이 되었다. 이후로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좀 더 자주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고 자주 한국통신 로비를 찾아갔다. 그러다가 그때 아이디를 만들어준 그 아저씨를 또 만나게 되었다. 

 

"너 되게 자주 오네."

"네"

"집에 컴퓨터가 없니?"

"있어요."

"PC통신은 안 돼?"

"네, 어떻게 하는 지 몰라요."

"어 그럼 이번에 PC통신 전용 단말기가 새로 나왔는데 구경해 볼래?"

"그게 뭐예요?"

"아주 작은 컴퓨터 같은 건데 딱 PC통신만 할 수 있는 거야."

"그런 게 있어요?"

"이거야. 어때?"

"와~ 신기하다."

"이거 지금 공짜로 나눠주고 있거든"

"네?"

"집에 가서 전화선이랑 연결만 하면 돼"

"우와~ 그럼 저도 하나 가져도 돼요?"

"그럼!"

 

중학생에겐 제법 무거운 그 단말기를 들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집 전화기에 물린 연결을 빼서 그 단말기에 꼽고 

01410이라고 쳐서 접속을 시도했다. 

 

"삐~~~~ 익~~~~~ 삐~~~~~ 치이 이이이 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