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ame

게임이 왜 나빠요? #4

반응형

마치 무전기에서 나오는 잡음소리 같은 것이 길게 이어진 뒤 화면에 케텔의 첫 화면이 떴다. 지난날 한국통신 로비에서만 보던 화면이 내 방에서 짠하고 등장한 것이다. 감동이었다. 매일매일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올린 글을 모니터링하면서 피드백을 이어나갔으며 어쩌다 올린 글의 조회수가 많으면 날아오를 듯 좋았다. 그렇게 한 달 뒤 갑자기 부모님의 불호령이 있었다. 세상에 전화비가 너무 많이 나와버린 것이다. 매달 1~2만 원 정도로 나오던 전화비가 한 달 만에 8만 원 가까이 나온 것이다. 단말기가 집안에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과 공부는 뒷전이고 PC통신에 전념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부모님이 모르실 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기계에 전화선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다. 이 사태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은 불보 듯 뻔한 것이었다. 강경하신 아버지는 "당장 그 물건 다시 갖다 줘!"라고 소리쳤고, 그렇게 약 한 달간의 기쁨은 일장춘몽처럼 사라졌다. 

 

금단 현상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다시 한국통신 로비를 내 집 드나들 듯 할 수도 있었지만 지난 한 달간의 활동량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차라리 안 했으면 안 했지 그렇게 찔끔찔끔하고 싶진 않았다. 가장 급선무는 전화비 즉,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천우신조라고 했는가. 하늘이 돕고 신이 도왔다. 때마침 한달에 몇 만 원만 내면 PC통신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는 ASDL이 도입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서운 전화비를 피할 수 있고 무한대로 PC통신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설득해서 겨우겨우 집에 ADSL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PC통신의 세계에 빠졌다. 이때부터 케텔이 아니라 하이텔로 사명이 바뀌었고 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대형 BBS로 이동을 했다. 그곳이 천리안(전 PC-serve)이었다. 옮긴 이유는 게임과 관련된 동호회 종류가 더 많았고 명확하게 분류된 각 동호회만의 목적성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GO FANTA.

 

천리안으로 둥지를 옮긴 후 가장 활발히 활동한 동호회였다. 당시 환상동, 판타동 등으로 불렸는데 천리안의 제일 가는 게임 동호회였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유저 중엔 오프라인 잡지에도 글을 기고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유저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내가 가진 게임 지식을 나눠보고 싶었고, 나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반응형

'Ga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이 왜 나빠요? #6  (0) 2023.08.25
게임이 왜 나빠요? #5  (1) 2023.08.24
게임이 왜 나빠요? #쉬어가는 페이지  (0) 2023.08.22
게임이 왜 나빠요? #3  (0) 2023.08.22
게임이 왜 나빠요? #2  (0)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