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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게임이 왜 나빠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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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동에서 활동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전체 게시판에 위치한 게임 게시판에서도 동시에 활동을 전개했다. 주로 게임 관련 리뷰나 해외잡지에서 본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번역해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천리안 아이디는 buzz423이었는데 게이머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어서 아이디를 GAMES라고 바꾸기도 했다. 아이디부터 "나는 게이머다"라는 걸 보여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꼬박꼬박 글을 한 개 이상의 글을 게시하고 질문글이 올라오면 아는 범위에서 답변도 달아주고 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노출시켰다. 그 결과 게임 게시판 조회수 top5에 들어가는 게시글에 선정되기도 하며 더불어 게임게시판의 우수 활동 유저로 뽑혀 간혹 게임 신작 패키지를 제공받기도 했다. 이런 일이 너무 재밌었다. 활동한 만큼 얻는 것도 많다는 생각에 꾸준히 글을 올리게 되었고 보상으로 받는 게임이 집으로 도착하는 날이면 스스로가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동시에 환상동에서도 활동을 이어나가 그곳의 관리자(당시 시삽 sysop)에게 눈도장이 서서히 찍히기 시작하고 지역 소모임 게시판을 만들 것이라는 공지사항을 보면서 게임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산이라는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소모임 게시판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부산 소모임이 개설되었고 환상동 내부에 지역 소모임의 관리자로서 활동도 하게 되었다. 아마 그 무렵이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사이의 시기였던 것 같다. 

 

게임게시판의 활동은 단지 천리안이라는 온라인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게임관련 잡지 발행인들의 눈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간 모양이었다. 당시 국내에 5~6 곳의 게임전문 잡지가 발행되고 있었는데 그중에 한 곳에서 잡지에 글을 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때가 중3 때였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객원기자라는 자격을 주었고 그 자격으로 매달 게임 하나를 잡지사에서 선정해 주면 해당 게임에 대한 리뷰를 써내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오프라인 잡지사에 처음으로 글을 기고하게 되었다.

 

잡지사 한 곳에서 몇 번의 글을 기고하다보니 다른 잡지사에서도 연락이 왔고 그렇게 총 2곳의 오프라인 잡지사와 같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잡지 한 면에 해당하는 원고료가 4만 원 ~ 5만 원 사이었는데 이쪽 일이 처음인 나에게는 잡지사 한 곳에서 받는 고료가 12만 원 ~ 15만 원 사이였고 총 2곳에 기고를 했으니 매달 25만 원 ~ 30만 원의 돈을 벌게 된 것이다. 중3 시작해 고등학생 2년 학년이 될 때까지 이런 활동을 했으니 어린 나이에 제법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컴퓨터 게임을 사거나 컴퓨터 부품을 사거나 해서 게임과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게이머가 있었으니 학교에서 소문이 안날 수가 없었다. 특히 기술 선생님과 상업 선생님이 눈여겨 봐주셨다. 고2가 시작되는 시기에 동아리를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우리 학교에는 컴퓨터 동아리가 없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을 찾아가 컴퓨터 동아리를 개설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학교에는 컴퓨터도 없고 컴퓨터를 놓을 컴퓨터실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선생님께서도 동아리 개설이 힘들다고 하셨지만 당시 젊은 피가 펄펄 끓는 나였기에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우선 동아리를 만들려면 고2 학생 중에 기본 인원이 채워져있어야 하고 고1 입학생 중 최소 7명 이상의 신입부원이 등록해야만 개설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했다. 그래서 게임이라는 매개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찾아가 이런저런 이유로 동아리를 만드려고 하는데 네가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전달했고 그렇게 고2에서 5명의 인원이 모였고 이들을 주축으로 고1 신입생 10명도 쉽게 뽑을 수 있었다. 인원이 다 채워지고 나니 남은 건 동아리실 즉, 컴퓨터실이 필요했고 그곳에 들어갈 컴퓨터도 필요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뜬금없이 컴퓨터실을 만들고 컴퓨터를 사서 채워 넣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뾰족한 수가 있었다. 

 

"선생님, 이번에 뽑은 동아리 부원들이 전부 집에 컴퓨터가 있어요. 그러니 컴퓨터실 즉, 동아리실만 허락해주시면 각자 집에 있는 컴퓨터를 학교에 설치해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행동에 선생님도 설득 당하셨는지 

 

"알겠다. 내가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려보마."

 

며칠 뒤인지 몇 달 뒤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빨리 동아리실을 배정받았고 우리는 정말로 각자 집에 있는 컴퓨터를 학교에 들고 와 그곳에 설치하여 컴퓨터 동아리가 없던 학교에 동아리 개설이라는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다. 

 

이름하여 C.A.T.  풀어쓰면 Computer Associassion Team.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이름의 컴퓨터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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