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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왜 나빠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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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면서 여러 부분에서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하루 이틀 정도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아도 됐었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평소 가보고 싶은 서울의 용산을 당일치기가 아닌 몇 날 며칠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였다. 

 

몸담고 있는 환상동에서 정기적 오프라인 모임을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못가거나 가더라도 하루정도 있다가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앞면을 튼 다른 회원들과 좀 더 오랜 유대관계를 맺고 싶었지만 미성년자의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그때는 달랐다. 비교적 먼 거리이지만 참여하려고 애를 썼고 그 결과 환상동의 실질적 유저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유독 친하게 지낸 몇몇 유저의 집에서 몇 날 며칠을 같이 지내며 같이 용산도 가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게임에 대한 견해나 지식을 마음껏 들을 수 있었고 PC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PC와 관련한 다양한 외부기기들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건 오디오 시스템을 정말 완벽하게 구축해 놓은 유저의 집에 갔을 땐 정말 충격적이었다. PC 사운드라 하면 고작해야 2 채널의 조약 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향이 전부였던 시절에 MIDI를 PC와 연결해서 5.1 채널을 구축해 놓은 광경을 봤을 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사운드 때문에 지금껏 눈으로만 즐거웠던 게임이 이젠 귀의 즐거움으로 전이되는 순간이었다. 필자도 나름 게임하기에 완벽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나 유저들 집에 놀러 가서 얻는 이러한 충격은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러한 충격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땐 멋진 주변기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비싼 기기들을 살 수 있는 여력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그러려면 휴학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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