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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왜 나빠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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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해운대 유명 호텔 사우나에서 단순 노동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사우나 오는 손님의 신발을 정리하고 그들이 쓰고 간 여러 흔적들을 치우고 가끔 사우나에서 식사를 드시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온탕, 냉탕, 습식 사우나의 온도를 체크하고 등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새벽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것 빼고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특히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최고였다. 거의 하루종일 일만 하다 보니 돈 쓸 시간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이 제법 모였다. 

 

호텔에 오는 손님의 대부분은 투숙객이거나 인근에 거주하는 돈 많은 부유층이었다. 목욕탕 대신 비싼 호텔 사우나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부유층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벗어놓은 신발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처음보는 브랜드도 많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정직원분들이 이 브랜드는 얼마짜리다, 이건 얼마다 등등을 알려주셔서 비싼 브랜드가 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 하나가 필자의 한 달 치 월급보다 많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하루는 어떤 손님이 다짜고짜 "컴퓨터 좀 잘 하는 사람 있어?"라고 우리 직원 모두가 들릴 정도로 물으셨고 그때 난 서슴지 않고 "저요!"라고 대답했다. 집에 컴퓨터가 고장 난 거 같은데 손 좀 봐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일을 하지 않는 날 한 번 방문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당시 삐삐였는지, PCS번호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연락처를 드렸다. 그리고 며칠 뒤 연락이 왔고 비번일 때 그분 집에 방문했다. 역시 어마어마한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고 계셨다. 안방이 있고 그 방 안에 또 서재가 있었다. 컴퓨터는 그곳에 놓여 있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무사히 수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날 그분의 집에는 아내분만 계셨다. 수리를 다 마치고 나서려는데 하얀 봉투를 주시면서 고맙다는 짧은 인사를 하셨다. 사양했지만 극구 받으라고 하셨다. 봉투를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봉투 속의 내용물이 궁금해졌다. 

 

10만 원. 

 

별거 아닌 일을 하고 10만 원이라...

아르바이트를 일당보다도 큰 금액이었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엔 컴퓨터 수리 기사 아르바이트를 해보자고 마음먹고 당시 일자리 전문 신문인 '벼룩시장'에 공고를 냈다. 생각보다 일이 많이 들어오진 않았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땐 호텔 아르바이트 보다 더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나중엔 컴퓨터 수리를 집중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까지 먹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한 달에 2~3건 정도의 일이 있었고 공고를 내지 않으면서부터는 아예 연락도 없었다. 시장 조사를 잘 못한 것이다. 그 당시 컴퓨터의 보급율을 생각하면 처참한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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