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리뷰
※본문엔 강력한 스포일러 (및 결과)에 대한 내용이 언급됩니다. 작품을 다 보시고 리뷰를 읽으시길 권장드립니다.

이 드라마는 머니게임, 파이게임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네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웹툰을 본 적은 없지만 유튜브로 머니게임은 본 적이 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인간군상'이라는 표현이 딱 적당하다. 사람을 딱 하나로 정의할 수 없기에 극한의 환경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인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에겐 일종의 관음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극적으로 제작한 것이 '더 에이트 쇼'다.

이러한 소재를 드라마로 제작했을 때는 장단점이 각각 존재하게 되는데 우선 장점은 무대적 장치에 제한이 없어진다는 것이고 각본대로 움직여주는 등장인물의 연기에 따라 극에 대한 몰입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이는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얼리티 쇼는 실제에 편집이 더해져 극적으로 연출했으므로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매우 우수한 장점이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같은 매력에 빠져들고 흥분한다. 하지만 드라마로 제작하게 된다면 어차피 각본대로, 어차피 연출대로 흘러가는 것이므로 등장인물의 상황과 동일시하지 못하고 극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피동적 사고 방식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물론 이같은 이분법적 사고 방식으로 드라마를 접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저 연출이 제공하는대로 즐겁게 감상하면 되는 것이고 의도된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심미적 쾌감이나 지적 쾌감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드라마의 기본 설정은 세상에 찌들린 각종 인간상이 하나의 게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모든 것이 세팅된 곳에서 매일 불어나는 돈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돌려받는 게임이다. 그들은 그 속에서 더 많은 돈을 위해 시간을 벌고 그 시간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결국 파국과 파행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여기선 이러한 기본적 규칙 외에도 각 층마다 버는 돈이 다르다. 1층과 8층의 1시간에 대한 기본급이 무려 36배나 차이가 난다. 입장할 때 자신의 선택(또는 운)에 의해 층을 고를 수가 있었고 그렇게 운이 좋은 8층과 운이 나쁜 1층은 작품이 진행될수록 상황이 극과 극을 달린다. 이렇게 층을 나누고 층마다의 돈의 배분 방식이 다른 것은 어쩌면 흙수저와 금수저로 태생부터 다른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1층부터 4층은 하층민, 5층부터 8층까지는 상층민이 된다. 어떠한 외부적 요인 없이 그저 카드를 잘 뽑았다는 운적인 요소로만 정해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누군가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고 누군가는 부자집에서 태어난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쉽게 정의하긴 힘들지만 부자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더 많은 기회와 더 높은 교육과 더 많은 경험을 하며 살아가며 그들은 다시 부의 대물림으로 인해 부를 이어가거나 축적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질서가 이 드라마에선 각각의 층으로 은유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층의 기준으로 나눈 세력은 뚜렷한 갑을관계를 보여준다. 급여가 높은 누군가는 갑이 되고 그러한 갑에게 종속 당하여 나 하나만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결국 갑에게까지 돈을 벌어다줘야하는 을. 이러한 구조는 노동 착취와 수탈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곧 계급이 됨을 비유한다. 그 중에 백미는 4층의 역할이다. 4층은 총 8층까지 있는 사회구조에서는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으며 단순히 2단 구조로 나눈다면 하층에 속한다. 하지만 이 4층은 자신에게 온 적절한 기회를 잘 활용하여 상층 사람들에게 굽신거리며 그들과 한 패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부류의 '카멜레온'과 같은 이러한 인물은 철저하게 기회주의 인물을 표방한다.


이렇게 말하고보니 각 층의 상징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직업 또는 계층과도 긴밀하게 연결된 것은 아닌가 하고 억측을 해보려한다. 여기서부터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억측이자 소견이니 그저 재미로 받아드렸으면 좋겠다. 다들 알겠지만 8층은 세상 걱정 하나 없는 대부호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꼭지점 위의 계층이며 일체의 노동과 걱정이 없는 그런 부류이다. 가만히 놔둬도 세상은 돌아가며 아래사람들의 노동 착취 집약으로 인한 시스템이 돈을 벌어다 주므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부류이다. 7층은 지식인을 뜻한다. 똑똑하며 명석하며 그러한 능력과 재능으로 사회의 지배계층이 되었다. 그에겐 세상을 읽는 눈이 있으며 그것에 맞게 빠르게 대처할 줄 아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다. 6층은 폭력과 남성성이라는 이유로 사람들 위해 군림한 부류이다. 쉽게 말해 조직 폭력배나 윗사람의 비위를 적절히 맞춰주며 그들 대신 손에 피를 뭍히는 부류다. 때론 그들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착취를 할 때도 행동 대장의 역할을 자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5층은 배우자를 잘 만나 계급 상승을 한 부류다. 자신의 노력은 별거없고 그저 운이 좋아 상층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둔한 그의 능력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시종일관 분명한 답보다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4층은 앞서 말했듯 기회주의자다. 자신의 능력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상층민에게 잘 보여서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계급 상승을 도모하려는 자다. 하지만 그것이 순조롭지 않다면 언제든지 자신이 속한 하층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3층부터 1층까지는 딱히 언급하지 않겠다.


드라마의 말미로 가면 이러한 지배 계층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일종의 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곧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은 절대 바꿀 수 없다는 뚜렷한 명제가 드러난다. '이미 엎어진 물'처럼 말이다. 태어난 것을 되돌릴 수 없고, 부모를 바꿀 수 없고, 유전적으로 전이된 자신의 천성적 재능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문을 열어주지 않고 끝까지 시간만 올라가는 일종의 감옥 같은 세트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모습과 닮았다. 죽어야만 끝낼 수 있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란 마치 이런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연극같은 일이 끝나고 그들은 모인다. 1층의 장례를 치뤄주기 위해서 말이다. 6층의 화환도 오며 그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은 발설하지 않은 채 드라마는 끝이 난다. 그러면서 '삶'과 '노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남기며 드라마는 끝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삶=노력이라는 공식을 말이다. 노력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풍요로울까? 아니면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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